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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다룰 주제는 역기획적인 성격을 띠고 있습니다. 사실 현업에서는 현란한 테크닉보다 논리적 전개 과정에 적절한 데이터를 넣어 내용을 완성시키는 경우가 많잖아요? 대부분 상황에서 테크닉보다는 논리적으로 잘 된 분석이 더 좋은 분석일테니까요.
역기획이 프로덕트/서비스를 까보면서 기획서를 다시 써보는 행동이라면(리버스 엔지니어링도 비슷) 이번 글은 역의사결정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 주제는 “왜 당근페이는 제주도에 먼저 오픈했을까?”입니다. (기사) 이런 주제를 생각한 이유는 관련 기사들을 보면서 특정 지역부터 기능을 오픈한다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당근마켓 채팅 기능을 일부 지역 대상으로 먼저 오픈하지는 않았잖아요? 쿠팡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도 마찬가지구요. 그래서 여러 관점에서 왜 제주도부터 오픈했을까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래는 제가 생각한 이유와 그에 대한 반박입니다.
이렇게 삼진 에바를 맞으며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던 상황에서 경영 관점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제가 생각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당근페이는 단순 기능 추가 정도가 아니라 당근마켓이라는 서비스의 핵심적인 방향성을 담은 기능이기에 OBT(오픈베타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다. OBT 결과가 안 좋으면 사업 로드맵을 다시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기능 하나 추가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내용이 무거워져서 당황하셨어요? 당근페이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잠시 알아보겠습니다.
쿠팡페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여러 IT업체에서 페이 서비스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 카드도 일종의 페이 서비스죠. 이들은 왜 페이 서비스를 할까요? 일단 돈 많이 벌려고는 아닌 것 같습니다. 아마 PG사에 수수료 떼주고 나면 영업이익이 그렇게 크지 않을 거거든요. 그럼 왜 하는거죠?
일단 당근페이도 위에 적힌 페이 서비스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가져갑니다. 추가되는 차이라고 하면 당근마켓의 약점과 지향하는 방향성과 관련있습니다.
우선 당근마켓은 리텐션, 만족도, 브랜드 이미지, 차별화된 포지션 등등 여러 방면에서 정말 대단한 서비스지만 치명적 약점이 있습니다. 바로 수익화인데요, 당근마켓 2019년 매출은 29억, 2020년 매출은 117억이라고 하는데(기사) 동년 기준 펫프렌즈는 117억, 314억 매출을 냈습니다(기사). 물론 펫프렌즈도 좋은 회사지만 당근마켓의 대중적인 유명세를 생각하면 매출이 성장중이지만 초라하다고 볼 수도 있고, 3조 가치 평가도 엄청난 고평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수익화를 개선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으니 3조 가치를 인정받았겠죠? 당근마켓이 믿는 구석은 하이퍼로컬 전략이고, 이에 기반이 되는 것은 첫째로 지역광고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결제 서비스입니다. 바로 당근페이죠.
당근페이는 중고거래할 때 안전하게 거래하라는 목적도 있지만 그 목적만 가진 서비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진짜 노리는 건 지역 가게에서 결제 채널이 되는 것에 있습니다. 중고물건 팔아서 번 당근포인트로 중고물건 살 때도 쓰고 지역에서 소비할 때도 결제수단으로 쓰는거죠. 결국 지역 내에서 로컬 비즈니스 시장에 진출할 때 중심에 당근페이가 있는 거죠. 저번에 그로스 loop를 소개한 김에 당근페이도 그로스 loop를 만들어 봤습니다.
저번 글에서는 최소한의 개념 소개를 위해 acquisition loop과 engagement loop만 소개했는데요, 사실 loop는 만들고 연결하기 나름입니다. 저는 중고거래 마켓과 로컬결제 마켓으로 loop를 만들고 연결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나름 잘 돌아갈 것 같기도 해서 VC들이 괜히 높은 밸류를 책정한 게 아니구나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당근페이 설명이 길어졌는데 돌고돌아 그래서 왜 제주도였을까요? 제주도를 테스트베드(test bed)로 잡고 운영하겠다는 것인데 이런 선택은 아마도 두 가지 목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 글 처음에 소개했던 기사에서의 설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주도가 처음 선정된 이유로 섬이라는 특성과 지역민간 활발하게 거래와 교류가 일어나고 있는 지역이라는 특징이 있다고 당근마켓 측은 설명했다. 실제 제주 거주 20세에서 64세까지 당근마켓 이용이 가장활발한 연령대 당근마켓 가입률은 95% 이상이다. 아울러 당근마켓이 한 지역에서 서비스를 전개하고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갔던 기업 운영방향과 궤를 같이 한다.
해당 기사 글에서 힌트를 얻었는데요, 문제 및 결함을 발견하고 보완하겠다는 관점에서는 섬이라는 외부와 단절된 지리적 특징이 주요했을 것 같습니다. RC카를 제멋대로 조립해서 테스트해보려면 적당히 통제 가능한 조그만 트랙에서 해야지 갑자기 오프로드에 던져 놓을 수 없잖아요.
지표는 주로 충분히 대표성 있는 지역인가에 대한 지표를 봤을텐데요. 인구통계학적 대표성 확인을 위해 기사에서 언급된 20~64세 가입률
도 가능하겠고, 중고거래의 빈번함을 확인하기 위해 내 동네 설정 유저수 대비 일 평균 중고거래량
을 봤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하면서 볼 지표는 두 가지 유형일 것 같습니다.
가정을 확인하기 위한 지표부터 볼까요? 제가 그로스loop를 그린 것은 당연한 관계로 생각될 수 있지만 사실 화살표 모두 검증되지 않은 가정일 뿐입니다. 이게 잘 워킹한다는 게 이미 검증됐으면 3조가 아니라 10조 이상의 밸류겠죠. 일단 내근처 탭에 당근페이가 도입되는 시점은 전국 확대 시점이라고 하니 제가 설정한 로컬경제 loop는 현재 확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중고거래 loop 안에서 가정이 잘 맞는지 확인해야겠죠.
당근페이를 사용한 중고거래 건 수 / 중고거래 건 수
[중고거래 -> 당근페이 사용]당근페이로 판매한 거래 후 24시간 내 현금화한 건 수 / 당근페이로 판매한 건 수
[당근페이 사용 -> 잔여 당근포인트 발생]당근페이가 도입되지 않은 지역과 비교하기 위한 지표는 중고거래 수
, 중고거래 판매자 수
, 중고거래 구매자 수
, 앱 체류시간
, 내 근처 탭 페이지 뷰
등을 볼 것 같습니다.
비교하는 방법은 서울, 수도권의 지표와 제주도의 지표를 시각화나 %변 화율 차이 등으로 볼 수 있겠고, 인과추론 관점에서는 DID(Difference-in-Differences)를 이용해 당근페이의 도입효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DID를 사용하는 것이 조금 더 엄밀할 수는 있지만 논리구조로 보면 제주도에 당근페이 도입한 전후로 제주도와 서울, 수도권 지표 차이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보겠다는 점에서 같습니다.
역의사결정(?)이라는 작업을 해보니 처음 생각한 것보다 배운 것도 많고 눈이 뜨이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당근마켓에 대해 공부한 것도 좋았고 전반적인 비즈니스 배경 안에 어떤 지표를 봤을까? 어떤 지표를 보면 좋을까? 를 고민해보는 것도 좋았습니다. 저도 생소한 경험이지만 관심있는 회사나 비즈니스에 이런 작업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