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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 분석가가 리소스 부족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
서진하
May 09, 2022
5 min

Table Of Cont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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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분석가가 겪는 단 하나의 문제
02
데이터 분석가가 리소스 부족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

모든 분석가가 겪는 단 하나의 문제

데이터 분석가로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다양한 규모의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었다. 직원 규모만 백만명이 넘는 거대 테크 기업에서부터 이제 막 시리즈 A 투자를 받은 40명 남짓의 스타트업까지. 데이터 분석가로서 여러 생산적인 시행착오를 겪어왔다. 매번 새로운 데이터 툴을 마스터하고, 각 조직의 독자적인 데이터 분석 프로세스를 체득하는 일은 그닥 큰 어려움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딜 가나 경험하지만 아무리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 하나의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리소스 부족’이었다.

데이터 분석가라면 회사와 데이터 팀의 규모와 상관없이 필연적인 리소스 부족 문제를 겪게 된다. 그 이유는 실시간으로 수집되는 데이터의 활용 가능성이 사실상 무한에 가깝기 때문이다. 아마 독자들도 이미 비슷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이 글이 눈에 들어왔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 글에선 데이터 분석가가 리소스 부족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5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특히 데이터 팀 자체가 존재하지 않거나 한두 명의 데이터 분석가만 있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이 내용이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데이터 분석가가 리소스 부족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

본격적인 내용을 다루기에 앞서 한가지 상황을 떠올려보자.

“우리 팀에 데이터 분석가가 딱 한명 있는데, 그게 나야.”

이런 극단적인 가정 상황을 던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내가 실제로 처한 상황이며 모든 내용이 조금이라도 비슷한 맥락 속에 공유되길 바라기 때문이다. 모든 조언이 그렇듯 모든 상황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법칙이란 존재하지 않기에 상상력을 동원하여 상황을 가정해보고 괜찮아 보이는 아이디어는 응용하여 적용해보길 바란다.

그럼 이제 리소스 부족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을 알아보자.

1. 팀원 10명 대신 경영진 1명을 설득하라

데이터 분석가가 가장 밀접하게 소통해야 하는 사람들은 단연코 실무진들이다. 특히 프로덕트 개발을 담당하는 PM과 데이터 분석가는 악어와 악어새 마냥 서로의 역할을 보완한다. 그런데도 데이터 분석가가 실무진 대신 경영진을 설득해야 하는 한 가지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는 바로 데이터 기반으로 의사결정 하는 문화가 완벽히 정착하지 않았을 때이다.

물론, 이미 데이터를 활용하여 좋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많은 회사가 있다. 하지만 처음부터 한 사람도 빠짐없이 데이터를 보고 완벽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처음으로 데이터 분석가를 채용하고 데이터 기반의 의사결정 문화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게 되면 모든 팀원의 의식과 행동이 변화해야 하는데, 과연 이 일을 분석가 혼자 할 수 있을까? 가능은 하겠지만 초반부터 경영진의 목소리를 빌린다면 분석가는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 없이 효율적으로 데이터 문화를 다져갈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경영진이 상당 기간 동안 데이터의 중요성과 데이터 분석가의 역할을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분석가는 실무진들이 실무에서 함께 일하는 방법을 익혀나갈 수 있도록 실무에서부터 지원하면 훨씬 더 많은 리소스를 아낄 수 있다.

만약 경영진과 직접적인 소통이 불가하거나 경영진조차 데이터 문화를 도입해 경험이 없다면, 단 한명의 실무진과 best practice를 만들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사실상 새로운 데이터 툴이나 프로세스, 혹은 문화를 도입할 때 프로젝트 단위로 각각 다른 실무진과 best practice를 만든다고 생각하면 훨씬 빠르고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이처럼 처음부터 모든 사람과 모든 팀을 설득하는 대신 주요 실무진 1명과 손을 잡고 짧고 굵게 리소스를 투입하여 성공적인 결과를 내면 조직 내에 데이터의 저변이 자연스레 넓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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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울을 잘 떨어 떨 뜨라면 퍼지는 건 순식간이다.

2. 데이터 오너 문화를 도입하라

북극성지표, OMTM(one metric that matters)과 같은 핵심 지표를 설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하나의 지표가 중요해졌다고 해서 나머지의 지표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 회사만 하더라도 트래킹하고 있는 지표만 49개인 사업부도 있고 매일 확인해야 할 핵심 지표는 전사를 통틀어 20여개에 달한다. 물론 매일 챙겨봐야 하는 건강지표들은 데이터 분석가가 한명이라도 챙길 수 있고, 챙겨야만 한다. 하지만 그 나머지 지표들을 온전히 관리하기엔 무리가 있다. 특히나 매일 모든 지표를 바라보고 제품을 개선할 아이디어까지 생각해내야 한다면 24시간을 일해도 해낼 수 없는 지경이다.

물론 쉬운 방법도 있다. 대시보드에 모든 지표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게 하고 변동이 있을 때는 알림을 보내는 방법이다. 하지만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모든 지표를 대시보드화 하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되려 지나친 편리함이 근거 없는 안주함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데이터 오너 문화를 가지게 되면 늘 익숙한 지표만 보거나 알림이 뜨고서야 반 박자 늦게 반응하는 문화가 사라진다. 따라서 각 지표는 지표의 움직임을 제일 먼저 알아차리고 가장 임팩트 있는 액션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관리해야 한다.

지금 회사에선 이 문화를 더욱 가속화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완전한 자동화 대시보드가 생기기 전까지 데이터 오너들이 자신이 관리하는 데이터를 수기로 업데이트하면서 숫자에 대한 감각을 익히게 하고, SQL을 포함한 데이터 교육과 신규 입사자를 위한 데이터 온보딩 자료 문서화를 통해 최대한 개개인의 분석 역량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데이터 오너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숫자에 집착한 덕분에 데이터 분석가는 단순 분석 업무의 리소스를 덜어내고 제품 개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되었다.

3. 잡담 잡담 잡담

짐작하기론 대부분의 분석가가 데이터 분석을 요청받을 때 written communication을 선호하는 것 같다. JIRA 티켓이나 슬랙을 통해 들어오면 우선순위를 알아서 조정할 수 있고 정말 필요한 분석만 추려낼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단연코 분석의 방향성을 위해 충분한 컨텍스트가 written으로 공유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만, 그 전 단계에 약간의 verbal communication이 들어가면 더더욱 좋다.

우리 회사 사무실에는 수많은 잡담 의자가 놓여 있다. 필요한 경우, 주변에 널브러진 잡담 의자를 끌어와 앉아 짧은 잡담을 나눈다. 잡담 문화가 비효율적이며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5~10분의 짧은 대화를 통해 1~2시간에 걸쳐 논의될 내용이 단번에 정리되기도 한다. 보통 written으로 분석을 요청하는 경우 매우 깊은 고민이 들어가야 한다. 분석가 입장에선 깊은 고민이 담기지 않은 요청을 걸러내기 위해 의도한 바인 줄 알고 있지만, 되려 스스로가 요청의 의도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 아이러니가 생겨난다. 심각한 경우엔 정말 필요한 분석이 written으로 충분히 설득되지 못해 백로그에 묻히거나 아예 요청되지 않기도 한다.

그 때문에 리소스가 부족한 상황에서는 짧게 치고 빠지는 대화가 매우 중요하다. 필자의 경우 실무진이 데이터 요청을 위해 찾아왔을 때 3~5분 정도 이야기하면 분석의 목적성과 임팩트가 어느 정도 그려진다. 그리고 1~2분의 시간을 들여 잘못된 목적성을 잡아주거나, 예상되는 블로커들을 미리 알려준 뒤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하여 written 형식으로 전달해달라고 요청한다. 그럼 실무진도 훨씬 빠르고 효율적으로 데이터를 요청할 수 있고 분석가도 정말 필요한 분석만 받아낼 수 있을뿐더러 예상해 두었던 블로커가 제거된 상태에서 빠르게 분석을 진행할 수 있다.

보통 데이터 분석가 옆의 잡담 의자는 아침 일찍이나 늦은 오후에 차지된다. 전날 얘기하려다 까먹은 내용이 생각나거나 퇴근 전에 잊지 않으려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대시보드를 제작하거나 집중을 필요로 하는 업무를 위해 일정 시간대를 확보해두고 조용한 곳에 가서 일한다. 그 외의 시간엔 양옆으로 잡담 의자를 두고 누구든 찾아올 때마다 빠르게 소통하면서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고 있다.

4. 장기적인 관점을 가져라

스타트업처럼 급속도로 성장하는 경우, 성장 속도 맞는 데이터 툴을 적절한 시기에 도입하는 것이 분석가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이다. 한 달 전 오늘의 규모를 예상할 수 없었듯이 다음 달의 규모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는 조직의 분석가는 훨씬 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

특히 리소스 관점에서 데이터 툴을 도입할 적당한 시기를 계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분석의 경우 개발 리소스가 초기에 많이 들어가야 하는 편인데다, DB 구축부터 분석까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all-in-one 툴은 뿔 달린 유니콘 마냥 있을 법하지만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수없이 많은 데이터 툴을 전전하며 불필요한 리소스를 낭비하게 된다. 그래서 분석가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먼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 회사는 아직 태블로를 도입하지 않았다. 이벤트/프로퍼티 설계와 테이블 스키마 정의가 완벽하게 되지 않는 상황에 아무리 멋진 대시보드를 찍어낸다 한들 DB가 바뀌면 모든 것이 다 뭉개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지표는 엑셀과 구글 데이터 스튜디오로 빠르게 찍어내고, 비축한 리소스를 DB 설계에 온전히 쏟아붓고 있다. 동시에 어떤 지표를 어떤 툴에서 보는 것이 가장 적합한지 미리 계산하고 그 외의 불필요한 툴들은 눈길도 주지 않고 있다. 요즘 한없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자잘한 데이터 툴들은 도입하는데 많은 리소스가 드는 데 비해 그만한 임팩트를 가져다주지 못한다. ‘우리를 사용하지 않으면 뒤쳐져’라는 포모에 설득된 나머지 리소스를 탈탈 털어 툴을 도입했는데 결국 크게 사용할 일이 없거나 회사의 성장 속도를 견디지 못해 다른 툴로 갈아타는 경우도 허다하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분석가의 역할은 회사의 스테이지의 맞추어 리소스를 최대한 적게 들이고 장기적인 분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데이터 엔지니어의 역량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데이터 분석가 또한 모든 툴의 목적과 의도를 명확하게 파악하고 분석의 관점에서 전혀 불필요한 리소스가 투입되고 있지는 않은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글을 마무리하며

이번 글에서는 데이터 분석가가 리소스 부족에 대처하는 4가지 방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데이터 분석가가 한명밖에 없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작성한 글이라 얼마나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또 다른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 한 분석가의 고충에서 우러나온 글로 읽어주셨으면 한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리소스가 부족해 허덕였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오히려 조직의 유일한 데이터 분석가로서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성장했던, 생산적 결핍의 시간이었다. 훨씬 더 도전적인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열심히 하는 모든 분석가를 진심으로 존경하고 응원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Tags

#데이터문화#의사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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