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떠한 비즈니스이든지 많은 사람을 고객으로 만들고 그들이 제품/서비스에 만족하여 지속적으로 이용 혹은 구매하도록 하고 싶어합니다. 이를 위해 더 많은 사람이 서비스를 알 수 있도록 마케팅을 하기도 하고, 서비스를 더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UX/UI를 개선하기도 하고, 한동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고객에게 푸시 알림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노력들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수는 어느 수준까지 성장할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Carrying Capacity라는 개념이 힌트를 줄 수 있습니다.
‘Carrying Capacity는 원래 생태학에서 쓰이는 용어로, 위키백과에 따르면 “자연환경이 스스로 정화할 수 있는 능력이며, 자연환경이 스스로 정화하여 생활환경의 질적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자원을 재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양으로 환산한 것”이라고 합니다. 영문 위키피디아는 “먹이, 서식지, 물, 그리고 다른 여러가지 자원이 주어졌을 때, 특정 환경에 의해 유지될 수 있는 생물학적 종의 최대 인구 크기(the maximum population size of a biological species that can be sustained by that specific environment, given the food, habitat, water, and other resources available)”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일정 시간이 지나면 인구가 더 이상 증가하거나 줄지 않고 특정 수준(carrying capacity)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즉, 큰 변화가 없다면 이 환경에서는 carrying capcity 수준에서 지속가능하게 인구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죠.
Web and Mobile Products: Understanding your customers 이라는 아티클에서는 이 용어를 비즈니스에 적용하여,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지속가능하게 보유하고 있을 수 있는 고객이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 개념을 토스 이승건 대표님의 PO 세션 강연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는데요, 최근 유튜브 영상으로도 강의가 올라왔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영상을 참고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위 영문 아티클의 내용을 소개해드리며 제가 느낀 점을 함께 공유드릴게요.
아티클은 몇 가지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원문에서는 질문이 5개가 있는데, 저는 그 중 3가지를 소개해드릴게요.)
필자는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제품에 얼마나 많은 unique customer가 있는지이며, 이 숫자를 변화시키는 요인을 알고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여기서의 customer는 단순 방문자나 페이지뷰가 아니라, 장기적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사용자들을 말한다. 이것이 바로 당신의 제품과 비즈니스의 성공의 핵심이다.”
우리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람이나 기업이라면 그 뜻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고 ‘고객’ 혹은 ‘사용자’라고 많이 일컫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 하지만 아래 내용에 여러 번 등장하는 ‘고객’이라는 표현은, ‘장기적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진성 혹은 충성) 사용자들’이라는 점을 먼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필자는 ‘단순한 모델’을 그림으로 보여주며 설명을 시작합니다.
우리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매일 몇 명의 신규 고객이 들어오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고객’을 정의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신규로 가입한 유저들은 주로 온보딩 단계를 거치면서 일련의 액션들을 하게 되고, 우리는 이를 흔히 ‘신규 유저 퍼널(new user funnel)‘이라고 부르지요. 하지만 여기서 ‘퍼널(funnel)‘은 어디서 끝난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시점에서 ‘새로 가입한 사용자’가 ‘진짜 고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을 해볼 수 있겠습니다. 제품/서비스를 어느 정도 사용한 유저들이 재방문했을 때, 어떤 행동을 해야 유의미한 재방문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사진 공유 웹사이트를 운영한다고 가정해봅시다. 만약 사용자가 재방문을 했는데 페이지 하나만 보고 아무 것도 클릭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마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만약 사용자가 재방문해서 5개 이상의 서로 다른 사진을 조회했다고 하면, 혹은 사진은 1개를 봤지만 거기에 댓글을 달았다면, 그건 유의미한 재방문이라고 정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유의미한 재방문’을 정의했다면, ‘95% 확률로 재방문하게끔 하는 지점’을 찾아내야 합니다. 다시 말해, “OO한 행동을 하는 사용자들의 95%는 재방문한다.”라고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 행동을 찾아냈다면 그 지점이 바로 신규 유저 퍼널의 끝이 됩니다. 반대로 만약 이런 지점이 없는 상황이라면, 아직 서비스가 고객에게 높은 가치를 주지 않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 ‘OO 행동’을 통과한 방문자만 ‘ 고객’으로 전환되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음 단계에서는 언제 고객을 잃었는지 정의해야 합니다.
유의미한 재방문 기간이 어느 정도일지는 먼저 직감으로 잡아본 후, 거기서 출발하여 ‘예상 밖의 긴 갭(gap)’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필자의 경우 게임 서비스를 담당했을 때 [기준점이 되는 날짜로부터 3주 동안 서비스에 남아있었던 고객들]을 분석했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1~3일 정도는 게임을 하지 않고도 다시 돌아왔지만, 4일 이상 게임에 접속하지 않은 고객들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4일 이상 앱에 접속하지 않으면 ‘고객을 잃었다’고 정의했다고 하네요.
Shazam 같은 제품은 어떨까요? 필자의 경우 이 서비스를 이용해 음악을 검색하는 경우는 한 달에 한 번 정도라고 하는데요. 만약 대부분의 고객이 이렇다면, Shazam 고객들이 한두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괜찮더라도 4달 정도 사용하지 않았다면 Shazam에 대해 잊어버렸을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매일 얼마나 많은 고객을 얻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고객을 잃고 있는지, 그리고 현재 얼마나 많은 고객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데이터로 이제 Carrying Capacity(이하 ‘CC’로 지칭)를 계산해볼 수 있습니다.
💡 CC = # of new daily customers / % customers you lost each day
담당하는 서비스에 매일 새로운 방문자 400명이 (페이스북 광고를 통해) 오고, 그 중 50명의 사용자들이 신규 고객으로 전환되고, 현재 고객인 사람들 중에서 1%를 매일 잃는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서비스는 고객이 5000명이 될 때까지 성장하다가 멈출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50명 / 1% = 5000명)
이 수식은 어떻게 성립할 수 있을까요? 매일 새로 들어오는 방문자수는 현재 고객수와 거의 독립적인 반면, 매일 잃는 고객수는 계속 증가해서 결국 매일 새로 획득하는 고객수와 동일한 수준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점에서 성장은 멈추게 됩니다.
또한 위 예시에서 이 평형 상태에 도달했다고 하면,매일 집행하는 광고 비용을 늘려서 50명이 아닌 75명의 신규 고객을 전환시킨다면 다시 총 고객수가 7500명이 될 때까지 성장하다가 멈출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75명 / 1%). 반대로, 신규 고객수를 동일하게 두더라도 매일 고객을 잃는 비율을 0.66%로 줄이면 똑같이 7500명이 될 때까지 성장하다가 멈출 것이라는 점을 예상할 수 있겠죠.
여기서 우리는 서비스에 유입되는 신규 고객수와 이탈율에 큰 변동이 없다면, 특별한 액션을 하지 않고 서비스를 ‘가만히 놔둬도’ 고객수가 CC까지는 도달한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즉, CC는 제품이 고객을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이자 제품의 기본 체력을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모델을 더 디벨롭해보겠습니다. 신규 고객이 어디서 유입되었는지 3가지로 분류해보는 것입니다.
위와 같이 신규 고객의 유입경로를 다이어그램에 추가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고객 50명의 유입 경로를 3개로 나눠서 표현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더 확장하면, 기존 고객이었는데 오늘 다시 들어온 고객 500명을 분리해서 표현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 등장했던 3가지 질문들을 다시 떠올려봅시다. 이제 CC 모델이 어떻게 답변에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당신은 서비스의 파워 유저가 공통적으로 어떤 액션(e.g. 프로필을 채움)을 한다는 것을 발견했고, 모든 유저들이 프로필을 채우도록 유도해서 제품에 더 hook되도록 하려고 한다. 이게 정말 도움이 될까?
⇒ CC 모델이 없으면, 당연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유저들이 프로필을 채우도록 유도했다면, 그 액션을 측정하는 지표에는 변화가 있 겠지만 결국 파워 유저와 그 액션 간의 상관관계를 약화하는 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모델을 활용하면, 이렇게 유도하는 액션이 결국 매일 잃는 고객을 줄여주지 못한다면(이탈율을 낮추지 못한다면) 결국 리텐션에는 임팩트를 주지 못한 것이라고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에 24시간 동안 장애가 났다. 다음날 돌아오니까 트래픽이 줄었다. 이게 장기적으로 걱정할 만한 일일까?
⇒ 며칠 동안 트래픽이 줄었더라도, 일별 새로운 방문자수와 잃는 고객수를 확인해서 CC가 바뀌었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만약 안 바뀌었다면, 트래픽이 다시 CC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10만 명의 유저들이 매일매일 접속하는 게 더 좋을까, 아니면 70만 명이 일주일에 한 번 접속하는게 좋을까?
⇒ 만약 일별 방문자수에 집착하고 있다면 이 문제가 중요해보일 것입니다. 그리고 만약 방문자들이 경쟁사보다 재방문을 덜 한다는 것이 발견되면 방문자들을 귀찮게 해서 서비스에 더 자주 돌아오도록 할 수도 있고, 이렇게 하면 일별 방문자수가 늘어날 것이므로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착각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런 행동을 한다면 매일 잃는 고객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CC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겠죠. 모델을 사용하면, 초점은 일별 방문자수가 아니라 고객수가 됩니다. 결국 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방문하는지가 일별 신규 고객수나 이탈율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면, 크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아티클 내용을 한 번 쭉 훑어보았는데,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크게 3가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로는, 우리의 ‘고객’이 누구일까에 대한 고민입니다. 필자는 고객(customer)에 대한 정의를 단순 방문자수가 아니라 ‘new user funnel’, 즉 재방문 가능성이 매우 높은 단계를 거친 사용자로 정의하였고, 그 funnel의 끝은 ‘95%의 고객이 재방문하게끔 하는 행동’으로 기준을 잡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서비스의 ‘방문자’와 ‘고객’을 따로 구분해서 생각하고 있지 않았을뿐더러, 수많은 ‘방문자’들 중 서비스를 앞으로도 꾸준히 사용할 의향이 있을 ‘고객’은 어느 정도 비율일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가 담당하는 서비스에서 ‘95%의 고객이 재방문하게끔 하는 행동’은 무엇일지 알아보고 싶어졌습니다. 한편으로, 고객을 전환시키는 행동을 찾는 데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국 그 행동은 ‘어떠어떠한 행동일 것이다’라는 가설에서 시작할 것이고, 그 가설이 입증될 때까지 꾸준하게 실험과 검증을 반복해야할 것이니까요. 따라서 회사 내에서 많은 사람들이 ‘방문자’와 ‘고객’을 구분시켜주는 행동을 찾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CC 모델을 보며 Growth Accounting의 심화 버전이라는 느낌이 들었던 것인데요. 신규 고객을 ‘찐’ 신규 고객과 ‘복귀’한 고객으로 나누고, 얼마나 고객이 ‘이탈’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customer growth accounting과 비슷한 개념에 대해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만 신규 고객의 유입 중에서, ‘예전에 당신의 서비스를 사용해본 적이 있지만 고객으로 전환하지 못했던 사용자(‘skeptics saved’)” 라는 분류가 추가된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필자가 ‘고객’으로 전환된 사용자와 그렇지 못한 사용자로 나누어서 생각했기 때문에 추가될 수 있는 분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CC를 어떻게 하면 늘릴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더 많은 사용자들을 데려오고 리텐션을 높여야 한다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었는데요, CC라는 프레임워크로 바라보니 제가 하는 일이 결국 ‘제품이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일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CC를 늘리기 위해서는 (1) 분자를 늘리거나(신규 고객 증가) (2) 분모를 줄여야 할텐데요(이탈율 감소).
(1) 마케팅을 많이 하면 ‘방문자수’는 늘겠지만 (CAC도 계속 증가하고, 제품에 fit하지 않은 타겟들도 데려오게 되기 때문에) 계속해서 ‘고객수’가 그만큼 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을 것이고, 오가닉(organic)한 경로를 통해 고객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일 것입니다. (오가닉하게 들어온 방문자들은 마케팅으로 들어온 방문자보다 제품에 맞는 ‘의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고객으로 더 잘 전환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또한, 방문자수가 늘어나는만큼 고객으로도 잘 전환되게끔 하는 온보딩 경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2) 이탈율을 낮추는 작업은 반대로 말하면 리텐션을 높이는 일입니다. 다만 ‘지금 서비스를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 더욱 잘 사용 하도록 하는 것’과, ‘한 번 서비스를 사용해보고 다시 들어오지 않은 사람을 그렇게 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에는 다른 전략이 필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서비스를 사용하다가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지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일과, 더욱 근본적으로는 ‘이탈율’을 어떻게 우리 서비스에 맞게 정의할 것인지부터 시작하는 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Carrying Capacity라는 개념이 장기적으로 제품을 지속적으로 사용할 우리의 ‘고객’이 누구인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고, 제품의 기본 체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팀과 활발하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