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난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난관의 종류는 각양각색인데, 제가 겪었던 난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각각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하고자 했는지 솔직하게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회사 사람이 안 봤으면 좋겠다)
저는 시간 바보입니다.
평상시 사람이라면 어떤 스케줄이 머릿 속으로 INPUT으로 들어오면 머릿 속 함수로 이 시간에는 다른 스케줄이 있으니 “이 시간은 안돼!”라 OUTPUT을 뱉어줘야하는데요. 제 머리 속 구조는 어떤 스케줄이 있다면 “뭐 없는 것 같은데 ? 일단 OK” 라 OUTPUT을 냅다 뱉어버립니다.
그래서 학교 다닐 때 친구들한테 많이 혼나기도 했습니다. 이중 약속을 잡아놓고 당일에 알고 사과한 적이 많았더라죠… (친구들아 미안…) 이런 실수 방지를 위해 항상 핸드폰 달력에 일정을 기입하고, 약속을 잡기 전에 그 달력을 꼭 보고 체크 후 OK / NOT OK를 결정했습니다.
그런데 회사에 와서는 이보다 더 치밀한 스케줄 관리가 필요했습니다. 저는 업무 분류로 치면 4개의 일을 하는데, 일전에 이 4개의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네요. 과거의 저는 이런 경우라면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A,B,C,D 업무를 일정 안에 다 끝내려면 풀 야근을 해야겠군?
이러고 풀 야근을 했는데, 일정 안에 못 끝낼 것 같아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팀장님께 조심스럽게 면담을 신청했습니다.
제가 C를 급하게 처리하느냐고 A를 2주 안에 못 끝낼 것 같아요. B나 D는 혹시 다른 분께 부탁드리면 안 될까요?
하지만 팀장님은 그래도 제가 하던 일이니 저보고 일을 마무리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B나 D는 급하지 않으니 일을 미루라 말씀하셨습니다. 면담 뒤에 저는 우울했습니다. 일이 쌓이는 느낌이 아주 부담스럽고 숨이 턱 막히는 느낌이었죠… 또한 제가 일 스케줄 관리를 못해서 일이 밀리고 쌓인다고 생각해 자책을 했었습니다.
이런 슬럼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 밤을 새가면서 이것 저것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만난 좋은 친구가 퍼블리 [link]
라는 사이트였습니다.
일주일 무료로 시작했었는데 저도 모르게 결제가 되어 세 달 동안 여러 아티클을 읽었습니다. 그래도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많이 읽고 적용할 수 있었어요. 특히 일잘러의 업무 스킬 카테고리를 모두 다 읽었을 정도였는데,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그 중 가장 유용했던 것은 노션 활용법이었는데요. 우선 저는 원래도 회사에서 노션으로 할 일을 정리하고는 했지만 일마다 새 로운 페이지를 파는 형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주 단위나 월 단위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일들을 했는지 관리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런 단점을 해결하기 위해 퍼블리의 어떤 글에서 좋은 템플릿을 보고 그대로 적용해보았는데, 효과는 굉장했습니다. (링크를 찾고 싶은데 못찾겠네요 ㅠㅠ)
이 노션 템플릿은 아래처럼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핵심은 주간 업무 일지 안에 정기 일정, 회의록, 해야할 일을 연결된 데이터베이스로 두어 주간으로 할 일을 계획할 때 여러 정보를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위는 주간 업무 일지의 대문 페이지인데요. “보드” 형식으로 두어서 하나의 아이템 당 월 ~ 금요일의 할 일들을 적었습니다. 하나의 아이템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펼쳐집니다.
좌측에는 매일 아침마다 업무 계획을 적고 실제로 했는지의 여부를 [] 체크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우측에는 이 업무 계획을 세우는데 필요한 정기 일정, 해야할 일을 연결된 데이터베이스로 볼 수 있도록 놓았는데요.
그 전에 이번 주 목표 및 배운 점을 두어서 주간 목표를 세우고 배운 점도 써서 일에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지금은 잘 안 쓰는 것이 함정)
정기 일정에는 정기적인 회의를 적고, 그 주기와 회의 일정을 표시해놓았습니다. 또한 정기 일정의 아이템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이 회의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특히 업무 우선 순위는 퍼블리에서 또 배울 수 있었는데, 업무의 긴급도와 중요도에 따라 A ~ D로 나누고 처리하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각 등급별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ACAC → BCBC 순으로 업무를 진행한다면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예시의 우선 순위를 따져 보면 아래처럼 되겠죠?
그렇기 때문에 A, C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C가 끝나면 B를 하고 D를 하면 되겠죠. 다만, 그래도 업무가 안 끝난다? 하면 B나 D의 경우 일을 시킨 분께 양해를 구하면 됩니다. (참 쉽죠~?)
물론 제가 주어진 일을 일정 안에 하는 것은 중요한 능력이고 기한 내에 모두 일을 한다면 베스트이겠지만, 제가 일을 기한 내에 못 끝낸 건 “저만의 부족”이 아닙니다. “회사가 일을 많이 준 것일 수도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해야 하고 이걸 적극적으로 타개해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도 이 당시에는 주니어라 “일 미루는 걸” 가장 어려워했었는데, 지금은 제 업무 파워의 80% 정도만 할애하면서 안 되는 부분은 양해를 구하는 편입니다.
(팀장님이 뭐라 한다면 사람 뽑아달라 해야댐… 회사 사람들이 안 봤으면 좋겠다 222)
이렇게 일에 휘몰아칠 때 대응 방법을 배우면서 “Notion으로 후천적 J (계획형 인간) 되기” 로 팀에서 발표도 했습니다! 제 발표를 듣고 비슷하게 회의록 기록을 하거나 노션을 사용하시는 분들을 보면서 뿌듯함도 얻었더라죠~~!
거의 입사일이 일주일 차이로 비슷했던 직장 동료가 퇴사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첫 회사에서 첫 퇴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했다보니 생각보다 충격이 컸는데요. 이 분은 저랑 같은 일을 했었는데, 퇴사하고 나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때 들었던 생각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이 생각은 가장 처음 & 많이 들었던 생각이지만, 생각보다 잘 해결됐습니다. 팀 동료랑 체계적으로 일을 나누고 이 기간 내에 하자!정해서 약속한대로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물론 남의 일을 맡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깨달음도 있었습니다. 그 분의 일과 넘쳐나는 코드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힘들었겠구나”하고 역지사지로 느낄 수 있었고, 이걸 제가 다 이해하고 제 방식으로 풀어내야 한다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사이드 팁으로 이렇게 남의 일을 제가 갑자기 맡는 경우에는 그 분 방식을 애써 다 이해하고 그대로 구현하는 것보다 제 방식대로 이해하고 구현하는 것이 더 쉽고 좋은 길입니다. 왜냐면 남의 생각을 100%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비슷하게 구현한다 해도 달라지는게 자연의 섭리이거든요… ㅎㅎㅎ
아무튼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 생각은 각자 업무 분담을 잘 한 덕분에 크게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첫 번째 생각이 끝나고 나니 자책감이 자리잡았습니다. 가장 친했던 동료이고 같은 일을 했던 분이었기 때문인데요. 이 분이 나가시고 나서 회고를 진행했는데 그 자리에서 울 정도였습니다 ㅋㅋㅋㅋ (F야 멈춰!)
그때 다른 시니어 분들의 진심 어린 말씀이 많이 와닿았습니다. 시니어 분들은 이런 경험을 여러 번 경험했던 탓인지 잘 대처하시고 계신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분이 나갔던 건 “이 회사보다 더 나은 곳을 가기 위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고. 그 분도 날개를 펼치러 다른 길을 택한 것인데 자책감을 가질 필요 없다고 말씀을 주셨습니다. 이와 더불어서 제 마음을 공감해 주셨던 것도 감사했습니다. 자신도 처음에 다른 동료의 퇴사를 겪었을 때 힘들었었다.. 그런데 괜찮아진다. 라면서요.
친했던 동료이기 때문에 퇴사하시고 나서도 여러 번 연락하고 만났었는데요. 그 분과 여러 이야기를 하면서 저 때문에 퇴사한 것은 아닌 것에 안도를 하고 제 일에 다시 집중하자 마음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나름의 배신감 ? 자책감? 같은 것을 느낄 수도 있지만, 일시적인 감정이고 쓸모없는 감정이라는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걱정을 했던 건 그 분이 나가고 나니 저희 팀은 저를 제외하고 모두 남자였기 때문입니다 ㅋㅋㅋ 뭐 성별에 따라 못 놀고 그런 것은 전혀 아니지만 (오히려 제 성격이 괄괄해서 남자랑 노는 것도 편한 편…), 가장 아쉬웠던 건 “산책 메이트”가 없어진 것이었습니다.
점심을 먹고 퇴사하셨던 분과 단 둘이 회사를 나가 도란도란 얘기하곤 했는데, 이제 단 둘이 나가서 산책을 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슬펐습니다.
이쯤되면 지겨우니 추억의 채연의 “둘이서” 짤 투척!
그래서 해결책은 흠… 제가 회식을 좋아해서 다른 팀원들의 번개에 잘 참여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산책은 가끔 다른 산책 팟에 껴서 같이 갔습니다. (눈치없게 매일 가지는 않음^^…)
또한, 상사분들께 어필했어요. 저 다 좋은데 산책메이트가 없는게 아쉽다~ 라구요. 그래서인지 많이 신경써주시고 그에 맞는 시스템적 대책도 마련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실 해피합니다. 또 회고 때 “드립이나 짤, 재밌는 영상을 적극적으로 공유하는 문화”를 만들자고 제안했었는데요. 다만 문화니까 강제하는 것보다 그냥 편하게 하고 싶을 때 공유하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주니어분들이 아닌 시니어분들이 이런 걸 실천하셨을 때였습니다. 물론 제 발언때문에 그런건 아닐 수도 있지만요~!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고 해서 “꽤나 괜찮은 주니어”가 된다고 말하긴 좀 어렵지만, 회사의 리텐션 측면에서 충격에서 벗어나 회사 생활을 잘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꽤나 괜찮은 주니어가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
이건 정말 슬픈 일입니다. 저는 일에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못한 결과를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전 그렇게 고과에 연연하진 않았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손에 꼽는 output이 아직 없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그런데 고과가 A인 사람은 연봉이 얼마더라, 누가 받은 것 같더라 이런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짱! 열심히 했는데!
라고 반발심이 생기기 시작하죠. 사람이란게 비교를 하면 할수록 불행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저도 고과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받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면서 “내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을 올해의 목표로 잡았습니다. (효과가 갱장한지는 다음 해에 알 수 있습니다 To be continued…)
고과를 잘 받으려면 상사가 관심이 있어야할 일들을 잘 수행하면 된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엔 굵직굵직한 일들을 새로 맡고 싶어했습니다. 이곳 저곳 발표할만한 거리를 만드는 그런 일 말이죠. 물론 잘 해낸다면 고과는 따놓은 당상이겠지만, 애석하게도 저는 그렇게 잘 나서고 상사가 원하는대로 일을 빨리 해내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 좌절했던 때가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남자친구와 얘기했던 적이 있었는데, 또 좋은 얘기를 들었습니다.
저는 공격수보다 미드필더인 것 같다고.
사실 전 축구를 몰라서 공격수는 알겠는데 미드필더는 뭐 가운데 있는 사람? 으로만 치부했었는데, 남자친구가 설명을 잘 해주었습니다. 축구 세계에서는 미드필더보단 공격수가 많이 주목을 받는다고 합니다. 심지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년간 메날두가 차지하다, 18년 모드리치라는 미드필더가 차지하였다고 합니다.
제가 팀 내에서 잘 하는 역할이 뭘까 생각해보면 팀에서 공유하는 것을 좋아하고 같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화를 만드는 것을 잘합니다.
수많은 자발적으로 하는 공유…
이것이 성과로 이어지지 않을지는 몰라도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맞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기적으로 보이지는 않아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라면 가치가 있는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팀에서 허리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격려해주었고 그것이 바로 미드필더가 하는 역할이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물론 과분한 수식어이지만 저는 이런 포지션을 밀고 나가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리고 고과를 잘 받기 위해 무한정 애쓰는 태도도 좋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다고 잘 받는 것도 아니구고요. 그냥 전 유재석의 마인드대로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굳이 내가 애를 써가면서 목표만을 바라보며 계산적으로 살아야할까? 그렇게도 못할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나답게 사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옛말 틀린 것 하나 없어요.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다리 찢어집니다”. 꼰대같지만 정말 나답게 회사에서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판단합니다.
캬 다시 읽어보니 정말 라떼라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런 글을 쓰고 저도 힘들 때마다 다시 되돌아 보기 위해 씁니다. 아! 그리고 또 하나의 목적은 언젠가 제 최애 프로그램 유퀴즈에 나와보는 것인데요. 물론 섭외가 오려면 훨씬 더 대단한 사람이여야겠지만 이런 라떼 시리즈를 잘 엮는다면 가능성이 0%는 아니지 않을까요?
유명한 라떼 시리즈로 아래 링크들도 추천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라떼가 부정적인 어감일수도 있지만 저는 마음 건강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글입니다. 강추!